설거지 중인데 급한 전화가 와서 허둥지둥 고무장갑을 벗다가 전화를 끊어버린 기억, 혹은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주소를 다시 찍어야 해서 식은땀 흘렸던 아찔한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저도 손에 거품이 잔뜩 묻어 전화를 놓쳤을 때, 비로소 내 옆에 있는 스마트폰 음성비서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답니다.
"기계랑 말하는 게 뭐 대수야?"라고 생각했던 제가 이제는 없으면 못 사는 기능이 된 이유, 지금부터 3사 비서들의 성격을 낱낱이 파헤쳐 드리겠습니다.
3대장(구글, 빅스비, Siri) 한눈에 파악하기
[핵심 요약 스냅샷]
- 구글 어시스턴트: "척척박사님" - 검색 능력과 문맥 이해력이 압도적, 정보량이 방대함.
- 삼성 빅스비: "살림꾼" - 기기 제어(화면 밝기, 설정 변경)와 한국어 뉘앙스 처리가 최강.
- 애플 Siri(시리): "감성 비서" - 애플 기기 간 연동성이 최고이며 대화 톤이 자연스러움.
- 결론: 내 사용 패턴이 '정보 검색' 위주인지, '폰 기능 제어' 위주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셋 다 똑같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보니 마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세 명의 친구를 둔 기분이더군요. 구글은 학교에서 1등 하는 똑똑한 모범생 친구 같고, 빅스비는 눈치 빠른 한국 토박이 친구, 시리는 세련됐지만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유학파 친구 같았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 방대한 정보의 바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검색 능력'입니다. 제가 여행 계획을 짤 때 "여기서 부산까지 얼마나 걸려?"라고 묻고, 바로 이어서 주어를 빼고 "그럼 가는 길에 맛집 찾아줘"라고 물어도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앞의 질문을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연속 대화' 능력은 3사 중 구글이 가장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실패담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갤럭시 폰을 쓸 때 구글에게 "화면 밝기 좀 줄여줘"라고 부탁했더니, 설정창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화면 밝기 조절하는 법' 웹 검색 결과를 보여줘서 답답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직접 만지는 것보다는 정보를 찾아주는 데 훨씬 강점이 있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죠.
삼성 빅스비: 하드웨어 제어의 끝판왕
갤럭시 스마트폰 유저라면 빅스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저는 운전할 때 "티맵 켜서 회사로 안내해 줘"라는 명령을 가장 많이 쓰는데, 빅스비는 단순히 앱을 켜는 것뿐만 아니라 앱 내부의 구체적인 기능까지 꽤 깊숙이 관여합니다.
특히 '빅스비 루틴'은 제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와이파이 켜고 소리 모드로 바꿔"라고 한 번만 설정해 두니, 매번 폰을 꺼내 설정창을 내릴 필요가 없어졌어요. 다만, 가끔 거실에서 텔레비전 소리를 자기 부르는 줄 알고 갑자기 "네, 말씀하세요?" 하고 끼어들 때는 정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여러분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처음엔 "오늘 날씨 어때?" 같은 아주 쉬운 질문부터 시작하면 금방 친해질 수 있습니다.
애플 Siri: 생태계의 지휘자
아이폰을 쓰는 제 아내는 Siri 없이는 못 산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특히 에어팟을 끼고 있을 때 도착한 메시지를 읽어주거나, 폰을 꺼내지 않고 바로 답장을 보내는 기능이 정말 매끄럽습니다. "내일 아침 7시에 깨워줘"라고 말하면 아이폰뿐만 아니라 차고 있던 애플워치 알람까지 한 번에 세팅되는 그 연동성은 정말 편리하더군요.
하지만 한국어 인식에서는 가끔 굴욕을 맛봅니다. 제가 친구 '석구'에게 전화 걸라고 했더니, 자꾸 '야구' 경기 일정을 알려줘서 아내와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어 고유명사나 사투리 인식은 아직 빅스비보다는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실전 비교: 이런 상황엔 누가 좋을까?
제가 1년 넘게 세 비서를 번갈아 가며 괴롭혀(?) 본 결과, 상황별 승자는 확실히 나뉘었습니다.
1. 요리할 때 (타이머 설정)
승자: 구글 = 빅스비 = 시리 (무승부)
셋 다 "10분 타이머 맞춰줘"는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다만, 시리는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반응 속도가 미세하게 더 빨랐습니다.
2. 복잡한 질문 ("오늘 미세먼지 나쁜데 마스크 써야 돼?")
승자: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은 현재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고 "네, 마스크 착용을 권장합니다"라고 명확히 답해줍니다. 반면 시리는 단순히 관련 웹 검색 결과 화면만 띄워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3. 잠들기 전 ("내일 아침 6시에 깨워주고 블루라이트 필터 켜줘")
승자: 삼성 빅스비
복합적인 기기 설정 명령은 빅스비가 압도적입니다. 구글과 시리는 알람은 맞추지만 블루라이트 설정 단계에서 버벅대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200% 활용을 위한 실무 팁
음성비서를 단순히 알람 시계로만 쓰기는 너무 아깝습니다. 제가 써보고 "와, 이건 진짜 편하다" 싶었던 기능들을 공유할게요.
- 단축 명령어 설정하기: "나 갈게"라고 짧게 말하면 집에 가는 경로를 띄우고 동시에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도록 설정해보세요. (시리 단축어, 빅스비 단축 명령어)
- 내 폰 찾기: 집 안에서 폰을 어디 뒀는지 도무지 모를 때, "헤이 구글, 내 폰 찾아줘"라고 외치면 진동 모드여도 큰 소리가 납니다. 저는 이 기능 덕분에 소파 틈새에 낀 폰을 5번이나 찾았습니다.
- 음악 찾기: 카페에서 좋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이 노래 뭐야?"라고 물어보세요. 3사 모두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줍니다.
처음엔 허공에 대고 혼자 말하는 게 어색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엘리베이터에서 시리 불렀다가 묵묵부답이라 사람들 앞에서 민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집이나 차 안 같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세요.
FAQ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폰에서 빅스비를 쓸 수 없나요?A. 네, 아쉽게도 빅스비는 삼성 갤럭시 기기에 특화되어 있어 아이폰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구글 어시스턴트는 아이폰에 앱을 깔면 사용 가능하지만, 호출 편의성은 시리보다 떨어집니다.Q2. 음성비서를 켜두면 배터리가 많이 닳나요?A. 호출어(웨이크 워드)를 기다리기 위해 마이크가 대기 상태에 있기 때문에 배터리를 소모하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 기기들은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체감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정 걱정되시면 버튼을 눌러서 호출하는 방식으로 바꾸셔도 됩니다.Q3. 제 목소리 말고 다른 사람 목소리에도 반응하나요?A. 초기 설정 시 '내 목소리 등록'을 하면 타인의 목소리는 무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TV 소리나 비슷한 톤의 목소리에는 가끔 오작동할 수 있으니 보안이 중요하다면 잠금 화면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하세요.결론
완벽한 비서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생활 패턴에 딱 맞는 비서는 분명히 있습니다. 정보를 자주 찾으신다면 구글을, 갤럭시 폰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싶다면 빅스비를, 애플 생태계 안에 계시다면 시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기술은 우리가 써줄 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합니다. 오늘 당장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음성비서에게 "내일 날씨 어때?"라고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